본문 바로가기
📖책읽기

가짜 노동

by 오자몽 2023. 2. 18.
출처: YES24

 ⭐️⭐️⭐️⭐️⭐️

우리는 무엇을 하길래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석기시대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은 석기가 오로지 기능만을 위한 도구가 아닌 장식적인 요소가 드러나며, 이는 우리의 조상들은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것이 아닌, 여가와 자유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 왜 우리는 과거보다 진보된 사회에 살면서 과거 보다 인생을 즐길 만한 시간이 부족한 걸까?
이 책에서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누어, 사라진 시간, 사라진 의미, 그리고 사라진 시간과 의미를 되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라진 시간
 이 장에서는 노동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석기시대는 생존을 위해 온 시간을 노동에 쓰던 시기가 아니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생존에 꼭 필요한 시간 외의 시간은 석기를 꾸미거나 풍류를 즐기는 등 여가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노동 시간이 늘어난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착하여 농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가족과 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람들은 노동의 시간을 늘려야만 했고, 13세기의 농부는 석기시대의 사람보다 2배가 넘게 노동을 했다고 한다. 이것으로 자유와 여가를 즐긴 시대가 언제인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후 산업형명과 수많은 발전은 전과는 다른 삶을 가져다주었고, 인간을 대신할 다양한 기계들이 발명되어 인간이 좀 더 노동에서 자유로워지길 꿈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사무직이 탄생하게 되고, 그 사무직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직이 생긴다. 많아진 관리직을 돕기 위해 또다시 비서 등을 채용하게 되고, 비대해진 사무직에서 가짜 노동이 생겨난다.
 파울센은 "사람들은 체면을 차리느라 '실제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는 척'을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쓴다."고 했다. 많은 시간을 의미가 결여된, 일에서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데 쓰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를 '가짜 노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가짜 노동은 명령받은 업무, 급여받기로 한 업무, 조직에서 요구하는 업무,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은 아닌 업무를 포함한다. 쉽게 말해 일을 하면서도 이 일이 무의미하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되는 일을 '가짜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사라진 의미
이 장에서는 다양한 가짜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저자가 맨 처음 관련 책을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고, 진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회사에서 빈둥거리기' 등의 책을 집필한 사람도 있다. 
 "일은 그것의 완수에 허용된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 파킨슨의 법칙으로, 파킨슨이 군대 장교로 복무했을 당시 함대는 줄어드는데, 기지에서 일하는 인력은 40% 증가하는 것을 보게된다. 이런 일이 군대 장교뿐만 아니라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게 된다. 그럼 인원이 늘어난 만큼 생산량이나 수익성이 올라가야 정상이지만 그렇지 않다. 해야 하는 업무는 2시간짜리인데 10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2시간의 일을 10시간으로 늘려 업무를 수행하거나 혹은 자신의 필요를 증명하기 위해 가짜 업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이다.
 가짜 업무가 늘어나면 늘어나는대로 시간을 쓰고 월급을 받고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가짜 업무의 양이 많아져 핵심 업무를 해야 하는 시간을 뺏는 경우이다. 유럽의 병원 시스템이 자동화가 되면서, 이전엔 환자와 대화를 하며 진료를 보던 방식에서 컴퓨터에 뜨는 142가지 질문을(심지어 육안으로도 충분히 구분 가능한 질문들을) 체크하며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결국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어졌다. 가짜 노동으로 핵심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직원들을 회사에 잡아두는 인사 담당자를 대부분 없애버렸다. 직원들이 직접 적당한 근무시간과 휴가를 조율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규율과 규칙이 아닌 97%의 직원의 열정이 핵심 업무에 더욱 효과적으로 도달하여 회사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물론 나머지 3%는 퇴직금을 후하게 주어 내보낸다고 한다.)
 끝없는 개선, 끝없는 창조적인 도전, 끝없는 문서화, 상급 기간의 모방, 주제가 없는 너무 많은 회의 등은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걸 방해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짜 노동으로 바쁘기에 의문을 가질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 가짜노동을 알아차리기 매우 어렵고, 내가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는 일임을 인정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알아차리더라도 생계를 위해,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가짜 노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우리는 가짜 노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시간과 의미 되찾기
 노동은 그저 생계를 잇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을 외면화시키고 외부를 내면화 시키는 활동이다.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을 통해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뭔가 유용하고 의미 있고 진짜인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나 스스로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가짜 노동을 알아차리고 배제해야 한다.
그러면서 책에서 제안해주는 대안은 앞 장에서 다뤘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하지만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관리직이 하는 가짜 노동에 대한 조언들과 사회가 가짜 노동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말로 책이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더뎠다. 내가 하는 일에 가짜 노동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일과 회사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후에 사업을 하게 된다면 가짜 노동이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가짜 노동을 소거하는 것으로 근로자는 자유 시간을 확보받고, 회사는 쓸모없이 나가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며, 가짜 노동을 완전히 없앨 수 없겠지만, 그 노력으로 충분히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3장은 내용이 좀 빈약하고 우리나라가 절대 할 수 없는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기도 해서 현실감이 좀 떨어졌다. 3장은 좀 아쉬웠지만(이미 앞에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놓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노동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책이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의 필독 도서로 추천한다.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0) 2023.06.01